“혼자 살기 좋은 집이란 뭘까?”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조용하고, 단순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나는 실험해보기로 했다.
서울 도심 속, 단 3평짜리 작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기로. 이 글은 그 시작점, 미니멀 하우스 입주기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집’이 내게 던졌던 첫 인상과 그 공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혹시 당신도, ‘좀 더 단순하게 살아볼까?’ 고민 중이라면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왜 미니멀 하우스에 들어가게 됐을까?
나는 어느 순간, 너무 많은 것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쌓인 옷, 가득 찬 냉장고, 의미 없이 흘러가는 유튜브 영상들. 공간은 늘 좁은데, 짐은 계속 늘어만 갔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작은 집에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집은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협소주택이었다. 단기 임대로 가능한 형태였고, 정확한 평수는 약 3.5평. 좁긴 했지만, 내부는 신식으로 깔끔하게 리모델링돼 있었다. 보증금은 없고, 월세는 관리비 포함 약 65만 원. 위치나 가격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진짜 미니멀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고, 도심 속에서 얼마나 단순한 삶이 가능한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의 여유, 덜 복잡한 일상, 줄어드는 선택지들.
내가 기대했던 건 ‘불편함 속의 자유로움’이었다.
3평의 첫인상 – 생각보다 넓다? 좁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랬다.
“와… 진짜 작다.”
문을 열자 바로 침대와 작은 주방이 보였고, 손을 뻗으면 양쪽 벽이 닿을 것 같은 구조였다. 화장실은 미닫이문 뒤에 숨어 있었고, 샤워기와 변기가 나란히 있는 전형적인 원룸 스타일.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조용했다.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창과 나무 톤의 바닥 덕분에 답답함은 덜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나는 모든 걸 다 해야 했다. 일도, 밥도, 쉼도, 씻는 것도. 처음 며칠은 동선이 너무 짧아 어색했고, 가구나 짐을 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스트레칭을 하는 데조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이 작은 집의 리듬에 익숙해졌다.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의외로 편했다. 침대에서 바로 노트북을 켜고 일할 수 있고, 저녁엔 미니 전기포트로 간단한 라면이나 티를 만들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공간이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공간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미니멀하게 살기 위한 준비물과 마음가짐
작은 집에서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짐 줄이기’였다.
원래 쓰던 화장품, 옷, 책들 중 70% 이상을 빼고, 진짜 꼭 필요한 것만 골랐다.
내가 들고 간 리스트는 이랬다:
맥북 에어 1대
티셔츠 3장, 바지 2벌
속옷과 수건 몇 장
멀티탭, 충전기,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
화장품 파우치 1개
미니 전기포트, 머그컵, 티백 몇 개
이외의 것들은 과감히 두고 왔다. 불편하지 않았냐고? 처음엔 당연히 불편했다. 입을 옷이 너무 적다는 생각도 들었고, 책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는 사실을 배워갔다.
오히려 짐이 줄어드니 머릿속도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물건이 적어지면, 신경 쓸 것도 줄어들고, 결정 피로도 덜하다. 그리고 자연스레 하루의 초점이 ‘어떤 옷을 입을까’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로 옮겨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었다.
‘불편해도 된다, 이건 실험이다’라는 태도를 유지하니 작은 불편함도 경험으로 느껴졌다. 매일 조금씩 나의 공간을 내가 다듬는 과정, 그 자체가 꽤 즐거웠다.
📌 다음 글 예고:
“미니멀 하우스에서 한 달 – 작아진 공간이 바꾼 것들”
실제로 그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며 생긴 루틴의 변화, 감정의 흐름, 그리고 공간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작아진 공간이 가져온 마음의 확장’을 함께 이야기해보자.